심폐소생 비트
심폐소생 비트
삶의 비트가 멈춘 그대들에게
출판사 리뷰
책 소개를 빙자한 편집자의 잔소리
『심폐소생 비트』는 이용준 작가의 책이고, 나는 이 책을 만든 편집자다. 이 책을 읽으며 배를 부여잡고 떼굴떼굴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배꼽이 빠져서 떼굴떼굴 떽데굴 같이 굴러다닐 것이다, 라고 말하면 믿지 않을 테다. 내가 독자여도 안 속는다. 백퍼 뻥이다. 그렇다, 아무리 꿀잼이어도 책 읽는다고 배꼽이 탈출하진 않는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근데, 이 책, 재미있다. 까르륵. 책 설명을 아무리 해본들, 안 읽으면 도루묵이다. 시무룩.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라는 건 대체로 안 읽는다. 그치? 솔직해지자. 출판사에서 아무리 입을 털어본들 재미도 감동도 없다. 나도 안 읽는다. 하여, 이 책을 만들며 편집자의 심장과 전두엽을 습격한 이야기들로 책 소개를 대신해 볼까 한다. 이를테면, 독자들보다 먼저 읽은 자의 재빠른 독후감 혹은 소소한 감상으로 보아 주시길. 아, 거부해도 소용없다. 내 맘이다. 읽든 말든, 독자들 맘대로 해라.
중년의 헤드뱅잉
이용준 작가는 자칭/타칭 중년 아재다. 그렇다고 배가 막 터질 듯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도 중년 아재다. 나도 배가 막 터져버릴 듯 나오지는 않았다. 의심스러우면 찾아오라. 배때기를 걷어차 주겠다. 암튼, 아직은 인간다운 몸뚱어리를 유지하고 있는, 아니 유지하려고 발악하는 동질감이 크다. 작가와 편집자의 첫 대면에서 우리는 락 스피릿이 통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락 스피릿의 허세는 장발로 완성되지 않겠는가. 작가와 편집자는 장발의 추억까지 공유하고 있다. 긴 머리 중년 아재들의 헤드뱅잉은 뭔가 서글프고 애잔하다. 왜냐, 잠깐이라도 격렬한 헤드뱅잉을 하면 이제는 모가지가 뻐근하고 오십견 온다. 비트에 맞춰 몇 번 대가리를 막 흔들었을 뿐인데, 비트에 살해당하는 느낌적 느낌. 젠장, 헤드뱅잉은 애들만 하는 거냐.
희야, 날 좀 바라봐봐봐봐~
편집자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 동안 고교 시절을 보냈다. 때는 바야흐로 헤비메탈의 전 세계적 황금기였던바, 장발도 아닌 스포츠머리의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단체 헤드뱅잉을 하며 질풍노도의 한 시절을 보냈다. 한편, 여드름을 톡톡 터뜨리는 사춘기 소년들은 첫사랑을 갈망하기도 했다.
속된 말로 소녀를 ‘꼬셔볼라고’ 갖은 잔머리를 굴리기 일쑤였으니, 연애작전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는 기타라고 생각했다. 기타로 [카바티나]를 연주하면 소녀들의 눈이 반짝할 거라는, 혹은 폼 잡고 기타 튕기면서 부활의 [희야]를 불러주면 소녀들의 맘이 번쩍할 거라는, 근거 없는 다짐과 섣부른 야망을 장착한 소년들은 너도나도 기타 교본을 구입했다. 하지만 세상사 모두 그렇듯, 소년들이 기타 하이코드를 마스터하기 전에 소녀는 떠나갔고, 통기타를 집어던지며 첫사랑의 꿈도 박살이 나곤 했다. 소년들에게 남은 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악보에 붙은 기타 코드 4개뿐. 너어어의 치이임묵에 메에마아른 너어어의 입수수울~ 그렇게 첫사랑의 격정은 메말라갔고, 기타는 침묵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봄날은 매번 떠나가지만, 또 계속 찾아오니까. 희야, 날 좀 바라봐봐봐~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그 많던 비트는 누가 다 먹었을까
서론이 길지? 자, 이 책은 이런 얘기다. 기타줄 튕기며 목 놓아 ‘희야’를 외치고, 너어어어어의 침묵에 입술이 메마르든지 부르트든지 줄창 노래를 불러야 했던, 한 사내가 털어놓는 이야기다. 비트가 살아 꿈틀대던 그 시절, 기타를 붙잡고 비트를 붙잡았다. 움칫움칫. 꿈틀꿈틀. 그 시절 그 비트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라는 박완서 선생님 말씀의 표절임을 명백히 자백한다.
그 많던, 아니 그 뛰던 비트는 누가 다 처먹었냐. 다 어디로 갔느냐. 궁금하면 오백원인데, 이건 너무 올드하다. 궁금하면 책 사보라. 우리 심장의 비트가 멈추었다고 낙담한다면, 이제야말로 심장을 겨냥하자. 그런다고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니고, 쌀독에 쌀이 불어나지도 않겠지만, 비트는 그런 것이다. 돈과 쌀보다, 아니 돈과 쌀에 앞서는 그 무엇. 비트가 죽은 심장에 심폐소생을 해보자. 물론, 심폐소생이란 게 한 큐에 될 리 없다. 거듭 밝히는바, 야부리 안 친다. 그럼에도, 그냥 죽도록 내버려둔다면, 이거야말로 쓸쓸한 일 아닌가. 자, 사랑도 미움도, 또 희망도 절망도, 아직은 껴안아야 할 때 아닌가. 야부리 안 치겠다. 이용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심장의 작지만 맹렬한 비트가 샘솟는다. 다시 기타를 잡은 중년의 사내가 여기 있다. 나도 이 사내 덕분에 심장의 비트가 재생한다. 심폐소생 비트! 그대들의 비트는 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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