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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의 기술

왜 나는 책을 쓰는가

by 책쓰기의 기술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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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미국의 소설가 앤패칫Ann Patchett)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첫 장편소설 The Patron Saint of Liars를 쓴 계기를 밝혔다. 그녀는 서점에서 일하며 손님들이 책을 고르는 모습을 관찰하던 중, 한 노부인이 "내가 죽기 전에 읽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책을 찾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말은 패칻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녀는 그날 밤, 사람들이 책을 통해 무엇을 찾는지 고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작가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잃어버린 이야기를 돌려주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책을 썼다고 고백했다. 이 사례는 작가가 책을 쓰는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인 욕망일 수도 있고, 더 큰 의미를 품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우리는 왜 책을 내려고 하는 걸까? 근사한 이유와 솔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쓰려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적인 동기와 내면 깊은 곳의 솔직한 욕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많은 작가가 말하는 근사한 이유는 세상에 가치를 더하거나 독자에게 영감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로서의 사명감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은 빌러비드를 쓰며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노예제도라는 역사적 상처를 문학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수년간 자료를 조사하며 글을 다듬었다. 이런 동기는 숭고해 보이며, 작가의 존재 이유를 정당화한다. 독자도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감동받고, 작가의 의도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책을 쓰는 데는 솔직하고 인간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바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혹은 내면의 혼란을 정리하고 싶은 충동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다.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며 자신의 병약한 삶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기록했다. 문학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프루스트의 내적 불안을 해소하고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였다고 해석한다. 그는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글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죽기 직전까지 원고를 수정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이처럼 솔직한 이유는 때로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독자와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근사한 이유와 솔직한 이유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 둘이 얽히며 작가의 글에 깊이를 더한다. 앤 패칻의 경우, 노부인의 말을 계기로 글을 시작했지만, 그녀 역시 "내가 쓴 책이 서점에 놓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솔직함이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들었다. 책을 쓰는 동기는 고상하든, 개인적이든, 결국 작가의 삶과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앤패칫이 노부인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책을 썼듯, 우리는 각자 다른 이유로 펜을 든다.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근사한 꿈을 품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솔직한 욕망에 이끌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책을 쓰는 행위 자체가 우리를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세상과 연결되게 한다는 점이다. 근사한 이유는 우리를 고양시키고, 솔직한 이유는 우리를 인간답게 한다. 결국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단순한 글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책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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