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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의 기술

먼저 제목을 잡아야 할 이유

by 책쓰기의 기술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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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독립출판 시장에서 독특한 책으로 주목받은 작가 전하영은 SNS에서도 이름을 알리며 3쇄까지 인쇄를 이어갔다. 그녀의 책 제목은 『안부를 묻는 밤』. 감성적인 문구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사실 이 제목은 마지막에 정한 것이 아니었다. 전하영은 책을 쓰기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 이유’를 중심 주제로 삼았고, 그 주제를 관통하는 제목을 먼저 고민했다고 한다. 그녀는 여러 제목 후보 중에서도 가장 자신이 말하고 싶은 ‘감정의 울림’을 담은 문장을 택했다. 결국 제목은 그녀의 주제를 함축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책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제목은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글쓰기 전 단계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중요한 장치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고민한다. 글이 다 완성된 후에 전체를 조망하고 그에 맞는 제목을 붙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종종 글의 일관성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왜냐하면 글의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채 집필이 진행되면, 초반에는 감성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중반에는 이론적인 분석으로, 후반에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을 먼저 잡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주제를 명확히 정한다는 뜻이다. 주제가 명확하면 방향성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글의 뼈대가 견고해진다.

실제로 출판사 편집자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제목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제목 그 자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글 전체에서 전달하려는 핵심이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육아에 관한 책을 쓰면서 제목을 『하루하루 성장일기』라고 붙였지만 정작 책의 대부분은 부모의 감정 치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제목은 독자를 오도하게 된다. 제목이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글의 중심 메시지를 응축한 문장이 되어야 한다.

에세이 작가 김이나 역시 제목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주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주제를 감정적으로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를 고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의 책 『보통의 언어들』은 ‘평범한 말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주제를 염두에 두고 제목을 정했다. 제목이 곧 주제이고, 주제가 곧 책의 방향성을 결정지은 셈이다.

전하영 작가의 『안부를 묻는 밤』처럼, 제목이 먼저 정해지고 주제를 명확히 설정한 경우,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을 갖게 된다. 이는 독자에게도 신뢰감을 주고, 작가 자신에게도 글을 쓰는 힘을 준다. 책을 쓰려는 사람에게 제목은 마지막이 아니라, 가장 처음에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주제가 분명하지 않으면 글은 떠돌고, 제목이 애매하면 독자는 머뭇거린다. 그러니 글을 쓰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담을 제목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제목이 곧 글쓰기의 방향을 이끌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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