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사진작가 나카자와 신이치로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철거 직전의 집들’을 촬영해 한 권의 사진집으로 엮었다. 이 사진집은 단순히 낡은 집을 기록한 작품이 아니라, 일본의 주거문화 변화, 도시화의 흐름, 세월의 흔적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관통하는 서사를 담고 있었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이었지만,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를, 변화의 이면에 숨은 인간의 삶을 말하고자 했다.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책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나 많은 예비 저자들은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는 생각해도, ‘책 전체를 아우를 큰 흐름’에 대해선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독자에게 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실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책을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즉 주제를 정립하는 것이다. 이 주제는 단순한 키워드나 관심사가 아니라, 책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이며, 모든 글의 방향을 결정짓는 축이 된다. 주제가 분명하지 않으면, 글이 산만해지고, 각 장이 따로 놀게 되어 책 전체가 무너진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 에세이와 칼럼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가 김하나의 『말하기를 말하기』는 언어와 말하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본인의 경험, 인터뷰, 미디어를 해석하며 책 전체를 끌고 간다. 각 장에서 다루는 에피소드나 사례는 모두 ‘말하기’라는 축 위에 구성되어 있어, 독자는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일관된 흐름을 경험할 수 있다. 그녀의 책이 사랑받는 이유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각각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향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이 오랫동안 탐구하거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영역을 중심으로 삼는 것이다. 그래야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년 넘게 푸드스타일링을 해온 사람이 ‘음식과 감정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설정하면, 각 장에서 다양한 음식과 그와 연결된 기억, 감정, 문화 등을 풀어내며 독창적인 책을 만들 수 있다. 반면, 단순히 유행을 따라 선정한 주제는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또한 주제는 가능하면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독자가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할 때, 그 책은 끝까지 읽히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왜 이 이야기를 내가 해야 하는가?’, ‘이 책을 통해 독자가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만, 흔들리지 않는 주제를 설정할 수 있다.
나카자와 신이치로의 사진집이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는, 단지 사진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안에 관통하는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일관된 흐름은 독자가 그 책을 감상할 때 단순한 사진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책을 쓴다는 것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이야기를 나열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흐름을 따라 독자를 설득하고,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일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붙들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권의 완성된 책을 쓸 수 있게 된다. 책쓰기의 첫걸음은 바로 이 주제 잡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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