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유정은 데뷔 전,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도 없었다. 단지, 떠오르는 이야기를 쭉쭉 써내려갔다. 그렇게 6개월을 쓴 결과, 원고는 300매를 훌쩍 넘겼지만 구조는 엉망이었다. 반면,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정성훈은 책을 쓰기 전 10페이지짜리 목차부터 만들었다. 각 장마다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어떤 사례를 쓸 것인지 미리 계획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2개월 만에 그는 80% 이상의 원고를 완성했다. 이 두 사람의 사례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나는 목차를 먼저 짜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그냥 쓰며 흐름을 만드는 스타일인가?"
책을 쓰는 데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출발점은 바로 계획형인지, 직관형인지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점검하는 것이다.
계획형은 글쓰기 전 목차를 먼저 잡는 방식이다. 이 스타일은 논리적 구조를 중시하고 전체 흐름을 설계한 뒤에 글을 써내려간다. 책의 주제를 명확히 알고 있으며, 각 장마다 어떤 내용을 담을지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서나 자기계발서처럼 정보 전달이 중요한 책은 이 스타일이 특히 효과적이다. 정성훈처럼 출판 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은 독자가 어떤 흐름에서 내용을 소화하기 쉬운지 알기 때문에 목차부터 설계한다. 이 방식은 집필 중간에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 된다.
반면, 직관형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내려가는 방식이다. 감정이나 영감,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며, 후반부에 구조를 조정한다. 문학작가나 에세이스트에게 이 방식이 흔하다. 한유정은 말한다. “처음부터 목차를 짜면 나는 그 틀에 갇혀 버린다. 이야기는 쓰면서 생겨난다.” 이 스타일은 자유롭고 유연하지만, 수정 작업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구조 조정, 내용 삭제, 논리 보완 등 글을 쓴 후에 다시 ‘건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계획형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창의성이 억제될 수 있다. 직관형은 창작의 재미가 크고 예상치 못한 흐름이 생길 수 있지만, 글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흐트러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자신의 스타일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 초보라면, 간단한 목차를 짜고 그 흐름에 따라 글을 써보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평소 글을 많이 써왔고, 글에서 오는 ‘손의 리듬’을 아는 사람이라면 직관형 방식도 훌륭하다. 때로는 두 방식을 섞는 것도 가능하다. 큰 틀의 목차만 잡아놓고, 세부는 자유롭게 써내려가는 식이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다.
한유정은 결국 자신이 쓴 원고를 다시 정리하고 목차를 재구성하면서 책을 완성했다. 정성훈 역시 집필 도중, 예기치 않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해 몇 번이나 목차를 수정했다. 두 사람 모두, 처음과 다르게 유연하게 글을 다루었다. 중요한 건 스타일이 아니라, 그 스타일을 자신에게 맞게 다듬는 능력이다. 당신은 목차부터 그리는 건축가인가, 아니면 붓을 따라 흐르는 화가인가? 책을 쓰고 싶다면, 먼저 당신의 글쓰기 스타일부터 점검해보라. 그 선택이 원고 완성의 속도와 만족도를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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