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국의 작가 칼 뉴포트(Cal Newport)는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첫 책을 출간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책 『How to Win at College』는 불과 200페이지 남짓한 분량이었지만, 실제 대학 생활의 구체적인 팁과 전략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두껍고 일반론적인 조언으로 가득할 때, 칼 뉴포트의 책은 짧지만 명확한 조언으로 독자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후 『딥 워크』, 『디지털 미니멀리즘』 등의 책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데, 그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내용의 밀도가 곧 책의 가치다”라는 신념이다. 그는 책의 분량을 채우기보다는 독자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만 선별해 구성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왔다.
많은 예비 작가들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몇 페이지를 써야 하나요?”다. 그러나 칼 뉴포트의 사례가 보여주듯, 분량의 문제는 단순히 ‘얼마나 길게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분량의 문제’가 왜 책쓰기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책쓰기에서 분량은 본질적으로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쓰고 싶은 말이 많다고 해서 모두 다 담는다고 책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짧다고 해서 내용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분량은 글의 구조와 밀도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글쓰기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칼 뉴포트는 첫 책을 집필할 때, 100개가 넘는 대학생 조언 목록 중 가장 효과적인 75개만을 골라 책으로 엮었다. 그는 초고 단계에서 약 3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작성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무려 30% 이상의 내용을 삭제했다. 삭제된 대부분의 내용은 중복되거나, 실제로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 조언들이었다. 그는 “독자가 책을 덮고 바로 뭔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회고한다. 이처럼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덜어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분량이 적다고 느껴질 때는 주제를 좁히고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시간 관리’라는 주제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단기간에 분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30대 직장인을 위한 아침 2시간 시간 활용법’처럼 주제를 좁히면 자신의 경험과 실제 사례를 통해 훨씬 풍부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 칼 뉴포트 역시 『딥 워크』에서 단순히 ‘집중하라’는 조언을 하지 않고,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 방식, 개인의 스케줄링 방법, 스마트폰 사용 제한 등의 세부 전략을 소개함으로써 구체적인 분량을 구성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실수하는 또 하나의 예는, 억지로 분량을 늘리려는 시도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관련 없는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은 오히려 독자의 집중을 흐리고 책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반면, 주제의 흐름을 따라 유기적으로 내용을 연결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담는 방식이야말로 책을 완성도 있게 만든다.
칼 뉴포트의 사례는 우리에게 분량이 단지 물리적인 양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늘 내용의 본질에 집중했고, 독자에게 필요한 것만을 선별해 전달하려 했다. 그 결과, 얇은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는 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책쓰기에서 분량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얼마나 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책 한 권의 울림은 페이지 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의 밀도’에서 결정된다. 이제는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나만의 메시지를 가장 정제된 형태로 담아낼 준비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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