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김혜정 작가는 첫 번째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발랄한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출간 후 그는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좌절해야 했다. 독자들로부터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 “등장인물의 말투가 일관되지 않다”는 피드백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혜정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당시 저는 퇴고가 형식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맞춤법만 몇 번 고치면 되는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퇴고가 글의 생명이라는 걸요.” 이후 그는 습관처럼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며, 본인이 “도장 찍듯이 반복한 문장을 걷어내고 진짜 이야기를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퇴고를 매일의 루틴으로 삼았다.
퇴고는 단순한 글 수정이 아니다. 이는 생각을 정리하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아가는 고유한 창작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많은 글쓰는 이들이 퇴고를 소홀히 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해 글을 오히려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퇴고의 본질을 짚고, 흔히 빠지기 쉬운 좋지 않은 습관들과 더불어 퇴고를 효율적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퇴고를 ‘완성 직전의 검토’라고 생각한다. 그저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확인하고, 몇 군데 문장을 다듬는 선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퇴고란, 글의 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독자가 어떻게 읽을지를 고려해 표현을 조정하며,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진심을 담았는지를 되묻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대충 넘기면 글은 말초적인 문장력에만 기대게 되고, 결국 전달력도 감동도 떨어진다.
퇴고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좋지 않은 습관은 '자기 글을 너무 빨리 믿는 것'이다. 초고를 쓰고 난 뒤, 스스로에게 '이 정도면 괜찮아'라는 확신을 갖는 순간, 글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또 다른 문제는 '문장 중심의 퇴고'이다. 문장은 날카롭고 세련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나 중심 주제는 엉성한 경우가 많다. 이는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부분만 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나친 퇴고로 글을 마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고치고 또 고치며 결국 처음의 열정이 빠지고, 문장이 정제되어도 내용이 무미건조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올바른 퇴고를 할 수 있을까? 먼저, 글을 완성한 뒤 바로 퇴고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루 이틀 시간을 두고 글로부터 거리를 두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이때 종이로 출력해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디지털 화면보다 인쇄된 글은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이상한 문장도 더 쉽게 걸러진다. 또한,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유용하다. 문장은 귀로 들을 때 더 명확하게 부조리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퇴고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독자가 글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상상해보고 그 흐름에 따라 문장과 단락을 조율해야 한다. 때로는 과감히 삭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아까운 문장’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내용을 남겨두면, 결국 전체의 흐름을 해친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 글에서 가장 멋진 문장은 가장 먼저 잘라낸다”고 말한 바 있다. 퇴고는 애착을 내려놓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혜정 작가는 자신의 첫 소설에서 퇴고를 소홀히 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이후 책마다 퇴고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독자들은 “그의 문장이 더 가볍고 깊어졌다”고 평하기 시작했다. 이는 퇴고라는 ‘보이지 않는 작업’이 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퇴고는 단순히 글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한 걸음 성장하는 과정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과 대면하는 일이며, 퇴고는 그 대면을 깊고 진실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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