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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의 기술

편집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투고 원고의 조건

by 책쓰기의 기술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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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의 유명 출판사 리버헤드 북스(Riverhead Books)는 당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 줄리 오츠카(Julie Otsuka)의 데뷔작 『부드럽게 나는 그들』(When the Emperor Was Divine)을 출간했다. 그녀는 문예지나 문학상 수상 경력 없이 투고를 통해 출판 계약을 성사시킨 사례로, 그 당시 편집자는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문장이 독자의 감정을 오래 붙든다"고 평한 바 있다. 이처럼 투고 원고 한 편이 편집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결코 기적 같은 우연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분명한 기준과 감각, 그리고 책을 보는 관점이 작용한다.

편집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원고를 접한다. 그중 대부분은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걸러진다. 단순히 글이 잘 쓰였는지가 아니라, 출간 가능한 책인가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편집자는 어떤 마음으로 투고 원고를 읽을까? 그 시선의 핵심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문장의 힘이다. 편집자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그 글의 분위기와 저자의 언어 감각을 직감적으로 파악한다. 실제로 많은 편집자가 첫 페이지에서 이미 원고의 가능성을 가늠한다고 말한다. 잘 쓴 문장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저자의 고유한 시선과 감정이 녹아 있는 문장이다. 줄리 오츠카의 원고가 주목받은 이유도, 이민자의 역사적 기억을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으로 풀어낸 문장력에 있었다.

둘째, 기획의도서에서 드러나는 명확한 방향성이다. 편집자는 단지 글이 좋은지를 넘어서, 이 책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를 본다. 이때 기획의도서는 저자가 독자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지표다. 글의 주제가 왜 지금 이 시점에 중요한지,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원고는 아무리 잘 써도 출간이 어렵다.

셋째, 저자의 태도다. 편집자는 글뿐 아니라 사람을 본다.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된 구조로 제출하는지, 교정이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어느 정도는 정리해 왔는지,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는지를 통해 저자의 성실성과 장기적 가능성을 본다. 실제로 많은 출판사에서 투고 후 인터뷰나 미팅을 진행하며 이 부분을 판단한다.

『부드럽게 나는 그들』이 편집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단순한 문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속에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결, 탄탄한 기획, 성실한 글쓰기의 자세가 담겨 있었다. 결국 편집자의 책상 위에 놓이는 수많은 원고 중 살아남는 글은, 단순히 잘 쓴 글이 아니다. 독자를 향한 명확한 시선, 작가로서의 태도, 그리고 한 편의 글 안에 녹아든 세계관이 편집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책을 쓴다는 것은, 그런 독한 진심을 종이 위에 새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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