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210 책쓰기의 시작은 ‘주제’다 2016년, 영국의 언론인이자 전직 정치 컨설턴트였던 마이클 바버는 세계 각국의 교육 개혁 사례를 분석하는 책을 쓰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다. 그는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의 변화를 조망하는 책을 쓰려 했지만, 원고는 몇 달 동안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자료는 넘쳤고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전체를 하나로 꿰뚫는 흐름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집필 중단을 선언하고 런던 근교의 작은 별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성과 중심의 교육 정책이 어떻게 학생의 창의성을 억압하는가’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제를 확정하자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집필이 진행되었고, 결국 그는 《Instruction to Deliver》라는 책을 통해 교.. 2025. 4. 7. 책을 쓰기 전, 반드시 생각해야 할 한 가지 1997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사진작가 나카자와 신이치로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철거 직전의 집들’을 촬영해 한 권의 사진집으로 엮었다. 이 사진집은 단순히 낡은 집을 기록한 작품이 아니라, 일본의 주거문화 변화, 도시화의 흐름, 세월의 흔적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관통하는 서사를 담고 있었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이었지만,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를, 변화의 이면에 숨은 인간의 삶을 말하고자 했다.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책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나 많은 예비 저자들은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는 생각해도, ‘책 전체를 아우를 큰 흐름’에 대해선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독자에게 힘 있는 .. 2025. 4. 3. 먼저 제목을 잡아야 할 이유 2021년, 독립출판 시장에서 독특한 책으로 주목받은 작가 전하영은 SNS에서도 이름을 알리며 3쇄까지 인쇄를 이어갔다. 그녀의 책 제목은 『안부를 묻는 밤』. 감성적인 문구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사실 이 제목은 마지막에 정한 것이 아니었다. 전하영은 책을 쓰기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 이유’를 중심 주제로 삼았고, 그 주제를 관통하는 제목을 먼저 고민했다고 한다. 그녀는 여러 제목 후보 중에서도 가장 자신이 말하고 싶은 ‘감정의 울림’을 담은 문장을 택했다. 결국 제목은 그녀의 주제를 함축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책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제목은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글쓰기 전 단계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중요한 장치다.책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 2025. 4. 1. 혼자 쓸까, 함께 쓸까? 책쓰기 방식의 결정 책쓰기 방식은 단순한 협업 여부 이상의 문제다. 그것은 글의 구조, 메시지 전달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단독 저서는 오롯이 한 명의 저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일관성'이다. 니얼 퍼거슨의 『문명의 충돌』처럼, 저자 개인의 관점이 뚜렷이 드러나고 문체나 논조가 일관되게 유지된다. 독자는 저자와 일대일로 대화하듯 글을 읽게 되며, 그만큼 몰입감과 신뢰도가 높아진다. 또한 단독 저서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전문성과 철학을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 학문적 분야든, 자기계발서든, 독자는 단독 저서를 통해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강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단독 저서는 그만큼 전 과정의 부담이 크다. 아이디어 구상, 자료 조사.. 2025. 3. 31. 글쓰기에서 책쓰기로: 생각을 엮는 기술 1997년, 미국의 저널리스트 조안 디디온(Joan Didion)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은 뒤 자신의 슬픔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매일 밤, 하루의 감정을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그저 개인적인 치유의 과정으로 시작된 이 기록은 나중에 《슬픔에 대하여》(The Year of Magical Thinking)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단순한 일기 이상의 깊이를 가지며, 그녀의 삶과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연결 짓는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조안 디디온의 사례는 글쓰기와 책쓰기가 어떻게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단순히 생각을 적는 행위와, 그것을 구조화된 이야기로 엮어 독자에게 전하는 과정은 분명 다른 차원의 작업이다.글쓰기와 책쓰기의 가장 큰 차이는 .. 2025. 3. 29. 왜 나는 책을 쓰는가 2011년, 미국의 소설가 앤패칫Ann Patchett)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첫 장편소설 The Patron Saint of Liars를 쓴 계기를 밝혔다. 그녀는 서점에서 일하며 손님들이 책을 고르는 모습을 관찰하던 중, 한 노부인이 "내가 죽기 전에 읽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책을 찾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말은 패칻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녀는 그날 밤, 사람들이 책을 통해 무엇을 찾는지 고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작가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잃어버린 이야기를 돌려주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책을 썼다고 고백했다. 이 사례는 작가가 책을 쓰는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인 욕망일 수도 있고, 더 큰 의미를 품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우리는 왜 책을 내려고 하는 걸까?.. 2025. 3. 28. 이전 1 2 3 4 5 6 ··· 35 다음 반응형